Ara 프로젝트, 그리고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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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구글의 Ara 프로젝트에 대한 박지훈 님의 해설 글을 읽었다. 구글은 모토롤라를 레노버에 팔면서도 이 Ara 프로젝트(이하 ‘아라’)만큼은 레노버에 넘기지 않았음은 주지의 사실. 그렇게까지 구글이 애지중지한 아라의 MDK(Module Development Kit)가 나왔고, 그 의미를 해설한, 영감 어린 글이다.

이 해설을 읽고 구글의 노림수에 탄복하고, 한편으로는 섬찟했는데, 왜 그랬는지 적고 싶어졌다.

2.

구글이 아라를 진행하는 것은 구글이 착해서가 절대 아니라, 당연하게도 돈을 벌기 위해서다. 어떻게 버냐고? 구글의 돈벌이는, 안드로이드에 들어가는 구글 서비스에 대한 라이선스 및 구글 앱 엔진 판매 등도 있겠지만 핵심 돈벌이는 단연코 ‘검색 광고’다. 그런데 검색 광고는

  • 사용자가 입력한 검색어(keyword)에 대하여 최대한 사용자가 원하는 검색 결과에 근접하는 검색 결과를 표출하고
  • 관련된 광고를 노출

하는 것.

검색 광고로 돈을 잘 벌려면 검색을 하러 오는 사람이 많아야 하고, 검색하러 오는 사람이 많으려면 사용자가 원하는 검색 결과를 보여주는 비율, 다른 말로 검색 결과 적중률이 좋아야 하며, 검색 결과 적중률이 좋으려면

  • 정보를 많이 모아야 하고(특히 사용자에 대한 정보)
  • 많이 모은 정보를 잘 분석해서 유의미한 상관 관계(co-relation)을 빨리, 많이 찾아내야

한다.

이 두 개 중 훨씬 어려운 것은 “정보를 모으는 것”인데, 구글이 정보를 많이 모으려면,

  • 기본적으로 전 세계 사람들이 인터넷을 자주, 많이, 편하게 써야 하고
  • 특히 사용자 정보 수집을 위해서 인터넷 접근을 구글이 제공하는 수단으로 해야 함

이 두가지로 정리할 수 있겠다.

3.

현재 구글은 스마트폰을 지배하는 OS인 안드로이드의 실질적 저작권자이고, 이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장비들은 그 장비를 구동시키는 OS이기도 하지만, 바로 구글이 제공하는 인터넷 접속 수단, 구글 서비스들의 사용을 안드로이드 장비 사용자에게 자연스럽게 권유하는 창구이자, 그 장비를 사용하는 사람들에 대한 정보를 모으는 창구다. 이러한 관계로 구글 입장에서는 안드로이드 장비를 많이 보급하는 것이 안드로이드로 돈을 버는 것보다 더 중요하고, 안드로이드 자체로 돈을 버는 것 쯤은 얼마든지 포기가 가능하다(그걸로 돈 벌겠다고 유료화하다 사용률 떨어지면 그야말로 ‘소탐대실’이다). 그래서 안드로이드 OS를 오픈 소스로 풀 수 있었고, 때마침 전 세계 휴대폰 제조사와 이통사들은 애플 아이폰이라는 괴물에 죽을 것 같은 위협을 느껴 안드로이드로 구름 같이 몰려 왔고.

간혹, 삼성 같이 가용 자원이 엄청 많고, 하드웨어는 많이 팔고, 갑질만 해 봤지 남들에게 갑질 당하는 것에 익숙치 못한 회사가 구글에게 게겨 보려 하지만, 삼성 입장에서 안드로이드 이외에 당장 다른 대안이 없는 것은 구글도 잘 아는지라, 구글 입장에서 삼성은 낭중지추.

여담이지만 삼성을 위시한 한국 휴대폰 제조사들은, 제조업에서 잔 뼈 굵은 경영진(뒤집어 이야기하면 S/W와 서비스에 대해선 실전 한 번 안 해 본 교수님들 좋은 소리 듣고 피상적으로만 알지, 구글의 세르게이 브린이나 에릭 슈밋 같이 절절하게 알지 못하는 경영진)이 꽉 차 있고, 실무자가 하는 말이 먹히기라도 하면 다행이지만 한국 기업 문화가 어디 “계급장 떼고 토론하는 문화”던가. 일례로 OS 개발 관련, 당장 그나마 당장 빅3에서 떨려나면 미래가 없는 LG는 일단 돈이 없어 못 하고(그나마 WebOS도 TV가 주력인 사업부가 사 왔다. 그런데 HP가 스마트폰 도전하다 실패해서 버린 webOS를 LG 휴대폰 사업부가 채택할 수 있을까), 삼성은 돈이 많아 바다니, 타이젠이니 해 보지만, 그닥.

4.

여튼 애플을 제외한 전 세계 스마트폰 제조사와 이통사는 안드로이드 없이 못 살 지경에 왔지만, 기업에게는 성장 아니면 죽음, 구글 입장에서는 안드로이드 탑재 스마트폰을 더 많은 사람에게 쥐어주고 싶어 미칠 지경. 결국 값이 싸야 보급을 더 많이 할 수 있을 텐데, 한 번 개발하면 생산 단가가 0에 수렴하는 S/W와 달리(그래서 S/W는, 그 S/W 판매가 그 회사의 핵심 수익원이 아니면 미친 척 하고 무료 배포를 감행할 수 있지만), H/W는 한 개 모델을 개발 완료해도 생산에 원가가 들 수 밖에 없는 구조. 안드로이드 라이선스 받아가는 휴대폰 제조사들에게 공짜나 출혈 매출을 하라고 구글이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

게임기 파는 회사들 같이 화끈하게 구글이 밑지고 안드로이드 장비를 직접 팔아볼까 생각도 해 보고(게임기 회사들은 게임기 자체는 밑지고 팔지만 게임으로 보전하는데, 구글도 H/W는 밑지고 팔아도 위에서 설명한 것 같이 결국 검색 광고로 보전 가능), 겸사겸사 고소 대장 애플의 특허 공세도 막아 볼 겸 해서 모토롤라도 사고 넥서스 5/7도 팔아 보지만…

  • 안드로이드 받아 가던 휴대폰 제조사들이 동요하고(이 때 MS가 윈도우폰 라이선스 공짜 카드 빼들었으면 좀 먹혔을 거 같은데, 당시 MS의 CEO인 스티브 발머는 빌 게이츠와 같이 산 사람, 오피스와 더불어 자사 핵심 돈벌이인 OS를 공짜로 뿌린다는 생각을 감히 결행할 수 있는 위인은 아님)
  • 제조사 마인드로 S/W나 서비스를 이해하는 게 정말 어렵듯, 반대도 정말 어렵다(일례로, 구글은 재고 관리 같은 엄청난 일을 명쾌하게 이해하고 수행할 수 있는 회사가 아니다. 여담이지만 현 애플 CEO인 팀 쿡이 이걸 잘 한다더라).

그래서 꺼낸 게 아라. 제조사들이 비싸게 만들어 팔고(특히 삼성/LG 단말기의 한국 출고가 보면 실감 남), 그 덕에 가격을 더 떨어뜨리면 더 보급시킬 여지가 있는 H/W를 아예 조립 PC 같이 해 버리는 전략. 하드웨어 폼 팩터가 표준화되어 시장 자체가 커지고, 값이 내려가며, 하드웨어 제조사들은 박한 이익에 힘들어 하는 것은, 우린 PC 시장을 통해 이미 경험했다. 그 렇게 만들어진 스마트폰에 안드로이드가 탑재되어 구글 서비스 사용 및 정보 수집의 첨병이 될 것은 자명한 일.

삼성이나 LG / HTC / 화웨이 같은 현 스마트폰 제조사들에겐 위협적인 변화이나 막긴 어려울 것이다. 일반 대중에게 이득이 있는 기술은, 그 기술을 막으려는 세력이 아무리 강해도 결국 못 막는다는 건 역사가 증명해 준다. 구글이 무서운 것은, 일반 소비자에게 이득이 있다는 명분과 자사 이미지 개선 효과를 얻으면서 동시에 자사의 검색 광고 지배력을 공고히 할 수 있는 실리를 챙기는 경기의 규칙을 고안할 줄 알고 실제로 돈과 시간을 들여 이걸 현실화 시키는 능력이다(그리고 이 능력은 한국 기업들이 정말 부족하기 그지 없는 능력이다. 이 능력 없이 플랫폼 사업 한다고 말하고 다닌다면,  그야말로 ‘나대는 것’이다).

5.

구글이 크롬을 무료로 뿌리는 것도, 개도국에 인터넷을 보급하는 프로젝트인 룬 프로젝트를 하는 것도, 구글이 인터넷 검열에 반대하는 것도, 구글이 천사라서가 아니라 인터넷 접근성을 자사의 수단을 통해 용이하게 하여 인터넷 사용자 수 자체를 늘리고 사용자 정보를 위시한 각종 정보를 확실히 챙기기 위함이다.

구글이 로봇 회사를 인수하고, 무인 자동차에 투자하는 것도, 세르게이 브린이 로봇 만들고 드래곤볼 스카우터 같은 것 만드는 게 꿈이 아니라, 정보 수집 비용을 낮추기 위한 목적임은 당연하다. 다음 지도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SUV 천장에 카메라 달고 다니는, 다음이 운영하는 SUV들을 본 적 있는가? 로봇이나 무인 자동차가 스스로 돌아다니며 지리 데이터를 모으고 다니면, 현재보다 구글 맵 서비스 원가가 떨어질 것은 자명하다.

다만 로봇이나 무인 자동차 같은 경우는 자사 정보 수집 비용 절감만이 목적이 아닌데, 자동차나 로봇이 스스로 주행하면서 자기가 제대로 주행하는지를 검증하기 위한 방법으로 주행하면서 수집한 데이터와 목적지의 지리 데이터와 비교하는 방식이다(일반적인 탄도탄보다 훨씬 정확한 비행을 해야 하는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은, 탄도탄에서 쓰는 관성 항법 장치대신 위성에서 받은 지리 데이터와 자신의 이동 코스 지리 데이터를 비교한다. 거칠게 말하면 이와 비슷한 주행 방법이라고 하겠다). 이 때 쓰이는 지리 데이터가 구글이 쌓은 데이터가 되게 하여, 무인 자동차나 로봇의 주행이 구글 없이 힘들게 Lock-In 시키는 더 큰 목적이 있다고 예상한다.

 

구글은 로봇, 무인차 시장이 활성화되면 로봇 제작사와 무인차에 안드로이드를 라이선스하고 계약 조건에 자사 지리 정보 서비스 이용을 필수로 삽입할 게 뻔하다. 많은 자동차 회사들이 무인 자동차 기술을 연구하고, 아우디 같은 회사는 구글 무인차보다 주행 성능이 좋은 차를 만들어 유튜브에서도 화제였지만, 많은 자동차 회사들이 만들 무인차들 또한 구글의 지리 데이터 없이는 바보가 될 가능성이 꽤 크다. 거대 자동차 회사가 고스톱 쳐서 된 것은  아니라 각 자동차 회사들도 구글에게 안 수그리고 들어가려고 지리 정보의 독립을 꿈꾸겠지만

  • 자동차 사업에서 잔 뼈 굵은 자동차 회사 경영진들이 S/W와 서비스를 이해하는 것은 정말 어려울 게 뻔하고(어쩌면 휴대폰 제조사 경영진보다 더 어려울 걸?)
  • 이런 거대한 지리 데이터 축적은 단 시일 내에 따라잡을 수 있는 게 아니므로

현재 휴대폰 회사들이 구글에게 수그리고 들어가듯 무인차 시장이 만개하면 자동차 회사들도 구글에 수그리고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아니 무인차 이전에 자동차들에 음성 검색 기능들이 본격 탑재만 되기 시작해도 자동차 회사들이 슬슬 구글 같은 회사들에 말려들어가기 시작할 거라 본다.

6.

구글은 정말 크게 놓고 크게 먹는 걸 잘 한다. 특히 한국 대기업들은 크게 놓고 크게 먹는 걸 해 본 적도 없고 해 볼 생각도 안 해서 더 비교된다. 그러면서도 명분을 놓치지 않고(삼성의 기업 이미지를 생각해 보면 금방 감이 올 것이다), 그래서 자사 이미지도 고양시키면서 자신의 핵심 돈벌이를 강화할 줄 안다.

아라 프로젝트에서 이런 무서운 구글의 일면을 얼핏 봐서, 섬찟했다.

(2014.04.14 추가)
[심층분석] 나만의 조립식 스마트폰, ‘프로젝트 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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